
1. 걷기 전에
사랑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그 이유를 말하려 들지만, 이내 그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미로를 지나며, 우리가 왜 사랑하고, 또 왜 실망하고, 끝내 왜 다시 사랑하게 되는가에 대한 철학적이고도 감성적인 탐색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왜 사랑을 이렇게 어렵게 느낄까?’
이 질문 하나를 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사랑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 감정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행이 되었다.
2. 마음에 남은 문장들
"사랑은 우리가 원래부터 결핍되었다는 인식을 감추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이 문장은 오래도록 내 안에서 메아리쳤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완성이나 충만함으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조금 멈춰 서야 했다.
사랑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는 감정이고,
내가 원하는 것, 내게 없는 것, 나조차 인지하지 못한 욕망의 방향을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그렇기에 사랑은 처음부터 상대가 아닌 나를 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상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어쩌면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사랑하고 싶다"는 자기 고백일지도 모른다.
3. 책과 나의 대화
책은 하나의 짧은 소설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사랑의 처음과 끝, 오해와 기대, 실망과 집착이 전부 담겨 있다.
그 과정은 마치 한 편의 관계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낯설고도 현실적이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단순히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충동적이며, 동시에 필사적으로 의미를 찾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이 이야기하는 연인의 모습에 나 자신을 대입하게 됐다.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때로는 상대의 행동을 나만의 해석으로 꾸며내는 모습이 너무도 익숙했다.
그 안에서 ‘왜 나는 사랑을 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더욱 선명해졌다.
4. 사랑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방식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기대하는 로맨틱한 사랑 대신, 현실 속의 불완전한 사랑을 말한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자신을 비추고, 이해하고, 때로는 실망하고 떠나간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사랑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성숙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
이 책은 그 진실을 아주 섬세하게 보여준다.
5. 다음 걸음을 준비하며
책장을 덮고,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보았다. 사랑은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온전히 소유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서툰 채로 서로를 바라보고, 끝내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상대를 알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자신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사랑은 늘 아프고, 그래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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