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걷기 전에
생명은 기적일까, 우연일까?
우리는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로도 경탄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생명의 본질을 보다 냉정하고 명료하게 들여다본다.
도킨스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명의 주인공은 정말 인간인가? 혹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유전자들인가?"
나는 이 책을 통해 생명을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저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고자 하는 유전자의 전략이라는 관점을 접하면서.
2. 마음에 남은 문장
“우리는 생존 기계다 — 맹목적으로 이기적인 분자(유전자)들의 생존을 위해 일시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로봇 기계이다.”
이 문장은 읽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가 느끼는 사랑, 희생, 우정마저도 사실은 유전자의 생존 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는 생각.
그 가능성은 서늘하면서도 경이로웠다. 그러나 도킨스는 인간 존재를 비하하거나 절망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인간이 스스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본질을 넘어서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명은 유전자의 이기심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그 위에 쌓아올린 문화와 의식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3. 책과 나의 대화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며 나는 몇 번이나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본능은 과연 어디까지가 순수한 것일까?
어린 시절, 친구와 나눴던 무심한 우정, 가족을 위해 희생을 결심했던 순간들, 연인을 사랑하며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었던 마음.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나를 닮은 유전자를 더 퍼뜨리기 위한 무의식적 전략이었다면?
나는 처음엔 그 생각이 섬뜩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이기적인 본성 위에 이타적 삶을 쌓아올릴 수 있다는 것을.
자연은 이기심을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이기심을 인식하고, 때로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존재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4. 인간을 새롭게 바라보다
도킨스는 인간을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만이 유전자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 틀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틀 안에서
- 이타적 행동을 선택하고,
- 문화를 만들고,
- 도덕을 세우고,
- 예술과 사랑을 창조해냈다.
우리는 생명의 기계이지만, 동시에
의미를 창조하는 존재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생명이라는 놀라운 진화의 결과로서의 나를, 그리고 그 위에 스스로 삶의 가치를 새겨나가는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5. 다음 걸음을 준비하며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바로 그 낯섦 속에서 나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인간 존재의 깊이를 더 또렷하게 느꼈다.
우리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부산물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
사랑하고, 나누고, 이해하고, 창조하며, 단순히 유전자를 복제하는 존재를 넘어 삶에 의미를 새기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오늘, 다시 걷는다.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내 삶에 나만의 의미를 새겨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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