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국경을 넘는 자들

새벽녘, 숲속의 안개가 옅어지며 희미한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었다. 아렌과 레나는 말을 아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국경을 넘는 일은 단순한 도망이 아니었다. 이는 금지된 지식을 찾아 떠나는 첫걸음이었다.
“이 길이 맞는 거겠지?” 아렌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레나는 지도를 펼쳐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경 너머의 험준한 산맥을 넘으면 황금 신전이 있다는 기록이 있어. 하지만 그 전에 문제가 있지.”
아렌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앞쪽 숲의 가장자리에 작은 초소가 보였다. 갑옷을 입은 경비병들이 무장한 채 초소를 지키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군.” 아렌이 낮게 중얼거렸다.
“귀족들이 국경을 봉쇄했을 거야. 밀입국자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숨기려는 거겠지.” 레나가 말했다.
아렌은 주위를 둘러보며 신중하게 계획을 세웠다. “직접 통과하는 건 무리야. 다른 길이 있을까?”
레나는 지도를 다시 살폈다. “남쪽 협곡을 통해 가면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거긴… 위험해.”
“지금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을까?”
레나는 한숨을 쉬며 지도를 접었다. “좋아. 협곡을 통해 가자.”
***
한 시간 후, 그들은 협곡 입구에 도착했다. 해가 점점 더 높이 떠오르면서, 협곡 안은 안개와 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돌바닥에는 오래된 발자국과 짐승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길 지나간 사람들이 있었어.” 아렌이 말했다.
“단순한 여행자들은 아닐 거야.” 레나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들은 협곡의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해 바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아렌과 레나는 즉시 멈췄다. 어둠 속에서 몇 명의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낡은 갑옷을 걸친 채, 손에는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있었다.
“여긴 지나갈 수 없다.” 한 남자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거칠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레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너희는 누구지?”
남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우리는 왕국에서 버려진 자들이다. 귀족들에게 쫓겨, 국경을 넘어온 자들이지.”
아렌은 순간 놀랐다. “너희도…?”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왔다. 그리고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해선, 외부인을 쉽게 들일 수 없어.”
레나는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야. 황금 신전을 찾고 있어.”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다른 동료들과 짧게 시선을 교환하더니, 다시 아렌과 레나를 바라보았다. “황금 신전… 너희가 그걸 찾는 이유가 뭔데?”
아렌은 잠시 고민했다. 벨루미아를 내보여야 할까? 하지만 그의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남자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낮게 웃었다. “재미있는 놈들이군.”
그는 손짓을 해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무장한 이들이 뒤로 물러났다.
“우린 너희를 도울 수도 있어. 하지만 조건이 있다.”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와 함께 싸우라.”
아렌과 레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귀족들의 억압을 피해 도망쳐온 자들이 여기에 있었다. 이들과 손을 잡는다면, 황금 신전에 대한 더 많은 단서를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분명 작지 않을 것이었다.
아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릴 시험해 봐.”
남자의 미소가 깊어졌다. “그럼, 환영하지.”
그 순간, 벨루미아가 다시금 빛을 내며 아렌의 손에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마치 새로운 동맹의 시작을 축복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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