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예기치 않은 동맹
아렌은 숨을 헐떡이며 숲속을 가로질렀다. 뒤에서 들려오는 추적자들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벨루미아가 그의 손에서 희미하게 반짝였고,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는 잡힌다.’
몸은 이미 지쳐 있었고, 방향 감각마저 흐려졌다. 그러나 그는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의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쪽이야.”
낯선 목소리였다. 아렌은 반사적으로 발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허리에는 짧은 검이 매달려 있었다.
“날 믿지 않아도 돼. 하지만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할 거야.” 그녀는 짧게 말했다. “여기서 붙잡히거나, 아니면 나를 따라오거나.”
아렌은 뒤를 돌아보았다. 추적자들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좋아.”
그는 그녀를 따라 깊은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
몇 분 후, 그들은 작은 동굴 안으로 몸을 숨겼다. 여인은 빠르게 동굴 입구를 덩굴과 나뭇가지로 가렸다. 잠시 후 추적자들이 동굴 근처를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로 갔지?”
“이 근처에 있었어! 분명 뭔가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는데…”
잠시 후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긴장감이 풀리자, 아렌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옆에 앉아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넌 누구지?”
여인은 그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그녀의 얼굴은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지만, 동시에 지적인 느낌이 강했다. 깊고 강한 눈빛 속에는 무언가 결의가 서려 있었다.
“내 이름은 레나.” 그녀가 말했다. “너와 같은 자야. 귀족들에게 쫓기는.”
아렌은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날 도운 거지?”
레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넌 벨루미아를 가지고 있어.” 그녀는 그의 손에 있는 꽃을 가리켰다. “그건 단순한 신들의 꽃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는 증거지.”
아렌은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나도 한때 신들의 비밀을 쫓았으니까.” 레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하지만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모두 사라졌어. 너도 귀족들에게 쫓기고 있는 걸 보면, 같은 이유겠지.”
아렌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떠올리며, 그녀가 말하는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너도 황금 신전을 알고 있어?”
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신들의 진실이 있다고 믿고 있어. 하지만 혼자서는 찾을 수 없어.”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린 서로 도움이 필요할 거야.”
아렌은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지금까지 그는 혼자 도망치고, 혼자 싸워왔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귀족들과 신들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동맹을 맺어야 했다.
그는 벨루미아를 살짝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함께 하자.”
레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황금 신전을 향해 가볼까?”
⸻
아렌과 레나는 동굴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숲을 빠져나갔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귀족들이 널 추적하는 이유는 확실히 알아?” 레나가 걸으며 물었다.
아렌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내가 우연히 그들의 비밀을 목격해서 그런 줄 알았어. 하지만 벨루미아가 단순한 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 뭔가 더 깊은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레나는 조용히 듣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벨루미아는 단순한 신들의 상징이 아니야. 그것은 신들의 질서를 거스를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몰라.”
“질서를 거슬러?” 아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들의 법칙, 인간과 신의 경계, 그것을 벨루미아가 흔들 수 있다는 뜻이지.” 레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비치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귀족들이 너를 놓아둘 리 없겠지.”
아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단순한 복수를 위해 싸우려 했지만, 점점 더 거대한 음모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레나는 그의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 “우선 국경을 넘어야 해. 그리고 황금 신전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단서를 찾아야 해.”
아렌은 그녀를 따라 한 걸음 내디뎠다. 새로운 동맹을 얻었지만, 앞으로의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벨루미아는 계속해서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길을 인도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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