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나그네] 꽃 감성 시리즈 ② – 바람 따라 기울던 튤립처럼
튤립은 특별한 향기가 없다.장미처럼 짙은 유혹도 없고, 벚꽃처럼 눈처럼 흩날리지도 않는다.하지만 나는 매년 봄이 오면, 어김없이 튤립을 보러 간다.튤립은 봄의 중턱에서 가장 또렷한 색으로 피어난다.그 곧고 단단한 줄기 위에, 단정한 꽃잎을 올린 채 바람을 맞는다.누구에게도 과하게 감정을 내비치지 않고, 다만 자기 자리에 충실하게 선다.어느 해 봄날, 나는 작은 튤립 정원에 있었다.사람들이 많은 곳은 아니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 끝, 조용한 마을회관 뒤편.튜립들이 한 방향으로 기울어 피어 있었다.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이 먹먹해졌다.그 기울어진 모습이 꼭, 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나는 그 해 봄, 꽤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결정을 내려야 했고, 떠나야 했고, 보내야 할 것이 있었다.하지만 마음은 쉽게 ..
2025.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