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못가에 앉아 있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걷다 멈춘 자리였다.
물이 잔잔히 흔들리고, 바람이 연잎을 스쳐 지나가며 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 가운데, 조용히 피어 있는 연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흙탕물 위였다.
탁한 물빛과 녹조가 섞인 물 위에서 연꽃은 너무도 고요하고 깨끗하게 피어 있었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 연꽃은 내가 요즘 가장 닮고 싶었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더러운 환경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결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
우리는 종종 말한다.
“환경이 나를 만든다.”
하지만 연꽃은 말하는 듯했다.
“나는 내 안에서 나를 다시 빚는다.”
요즘 나는 자주 지쳤다.
세상이 던지는 말들, 감당해야 할 일들, 의도치 않게 얽히는 오해들 속에서 내 마음에도 진흙이 묻은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자책했고, 어디선가 더 맑은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이 연꽃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연꽃은 진흙을 피하지 않는다.
그 위에서 자라난다. 그리고 그 진흙이 있기에 더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더 높이 피어난다.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지금 내가 선 자리가 아무리 혼탁하더라도 그 안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는 걸.
연꽃은 고개를 높이 든 채, 하늘을 향해 피어 있었다.
자신이 선 곳이 얼마나 지저분한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
오직 피어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며 살고 있는가.”
삶은 자주 흐려진다.
사람 사이에, 현실의 무게에 내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나는 자꾸 주변을 탓했다.
그런데 오늘, 연꽃은 흙도, 바람도, 물결도 탓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품고, 그 안에서 피어났다.
그래,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누군가가 대신 정리해주는 고요가 아니라 내가 나를 다스리는 평화 속에서 피어나고 싶다.
연꽃은 내게 조용히 말해주었다.
“흙이 있어서 피어난 거야.
그러니 그 흙을 미워하지 마.”
나그네의 시선
진흙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 있다.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연꽃처럼,
당신도 지금 그 자리에서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흙을 탓하지 말고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나를 다독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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