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따라 꽃길 따라, 양양 봄 여행

 
노란 물결이 일렁이는 들판.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날 양양의 유채꽃밭은 그 모든 날씨를 이기고 환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어쩌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조용한 곳에 가서 아무 말 없이 풍경 속에 자신을 놓는 일이 아닐까요. 그날의 양양은 제게 그런 장소였습니다.

유채꽃 사이를 걷다

 

유채꽃밭은 생각보다 넓고 깊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노란 들판 같지만, 직접 걸어 들어가 보면 키높이까지 자란 꽃 사이로 하늘도, 사람도, 생각도 노랗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걷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그냥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고, 아이들은 꽃길을 달렸으며, 연인들은 웃었습니다. 저는 그 풍경에 잠겨 있었습니다.

 

흐린 날씨가 더 아름다웠던 이유

흐린 하늘 아래의 유채꽃은 맑은 날보다 오히려 더 선명했습니다. 햇살 없이도 그 노란 빛은 땅에서부터 올라와 하늘을 밀어내듯 피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꽃잎이 흔들릴 때, 사람들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자연과 사람 사이에 경계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자연이 너무 완벽하게 조용했기 때문이겠죠.

 

바다와 함께한 오후

 

 

유채꽃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탁 트인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다는 잔잔했고, 바람은 얼굴을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해변에 앉아 노란 꽃밭을 돌아보니, 바람이 지나온 자리에 사람들이 작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파도 소리는 낮고 느렸고, 그 소리 덕분에 제 마음도 더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꽃밭의 노란 물결과 바다의 푸른 수평선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었습니다. 그 풍경은 단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단 하나의 감정으론 충분했습니다. 고요함.

 

양양이 주는 조용한 위로

 

양양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더 넓고, 생각보다 더 조용한 곳입니다.
화려한 명소나 북적이는 시장보다, 저는 이런 유채꽃밭과 해변 같은 풍경에서 진짜 양양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용한 바람, 느린 걸음, 사진보다는 기억에 더 오래 남는 장면들. 그곳에서 저는 잠시 멈출 수 있었고, 그 멈춤이 참 고마웠습니다.

디지털 나그네의 감성 한 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순간은
결국 마음이 쉬고 있다는 뜻이다.
양양의 노란 들판과 잔잔한 바다는
그런 휴식을 우리에게 조용히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