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소식에 흐릿한 하늘, 그리고 전날 내린 눈까지.
봄의 문턱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줄은 몰랐다. 진달래가 곱게 피어날 즈음, 마음을 설레게 했던 강화 고려산 진달래꽃 축제. 매년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축제는 취소되었고, 입산까지 통제되었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길가에 피어난 분홍빛 진달래가 나를 반겨주었고, 사찰 아래의 작은 꽃무리들은 마치 봄이 아직 살아있다고 속삭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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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그대로였다
입산이 금지되었기에 산엔 오를 수는 없었지만, 산 초입에서 만난 진달래는 여전히 찬란했다. 회색 하늘 아래 더욱 선명해 보였던 그 분홍빛.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에서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한 진달래는 봄이 멈추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사진 속 진달래는 마치 누군가 몰래 정성껏 심어둔 보석처럼, 산비탈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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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내린 눈, 그리고 오늘의 비
흥미롭게도 전날 밤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눈과 진달래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낭만적인 조합이다. 아침엔 그 흔적이 사라졌고, 대신 촉촉한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비에 젖은 산길은 조용했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대신, 꽃들과 나무들, 그리고 산사 아래 고요한 기운이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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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없어도, 봄은 온다
물론 축제가 있었다면 북적이는 사람들과 함께 진달래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겠지만, 오늘의 고요함도 나쁘지 않았다. 봄은 꼭 사람의 발걸음이 있어야만 피는 것이 아니니까.
조용한 산길, 사찰의 기와 아래 피어난 꽃, 비에 젖은 나무들. 그리고 무엇보다 봄을 놓지 않으려는 진달래의 생명력이,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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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나그네의 감성 TIP]
꽃이 피는 건 멈추지 않는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입산이 통제되어도
진달래는 약속처럼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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