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 바람을 따라 넘다, 한계령의 봄

digital-nagane 2025. 4. 20. 20:28
반응형

 

한계령.
이름부터가 한계(限界)와 같아서 언제나 조금은 긴장하며 마주하게 되는 길이다.
하지만 봄의 한계령은 달랐다.
쏟아질 듯 푸른 하늘 아래, 산의 능선은 날카롭기보다 부드러웠고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은 조용히 몸을 틀고 있었다.
나는 그 길 위를 걷고 있었다.
목적지는 없었고, 다만 걸음마다 눈앞의 풍경이 바뀌는 것이 좋았다.

한계령을 넘는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안쪽을 지나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고요함 속에서 마주한 웅장함

 

한계령은 설악산의 백미 중 하나다.
자동차로 지나쳐도 감동이고, 도보로 오르면 더 깊은 감정이 다가온다.
길 옆으로 펼쳐진 바위 능선은 멀리서 보면 거친 파도처럼 솟아 있고,
가까이에서 보면 오래된 시간의 주름처럼 느껴진다.
사진으로 담긴 풍경 속에서, 나는 가장 먼저 그 투명한 하늘이 기억났다.
흰 구름 하나 없는, 온전히 파란 하늘.
그 위에 자리한 단단한 산의 실루엣.
그 둘 사이에는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었다.

길 위에서 느껴지는 자유

 

산행이라기보다는, 길 위를 걷는 사색의 시간이었다.
높지 않은 고도,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그리고 어딘가 바람이 항상 스치고 가는 고갯마루.
마치 그 바람이 “이제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계절이 바뀌었고, 기분도 바뀌었고,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이 길 위에 남아 있었다.
나는 한계령에서 목적 없는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

한계를 넘는다는 것

 

이름처럼 한계령은 어딘가 스스로를 시험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지나쳐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고,
한 번 넘고 나면, 그 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것은 비단 산의 모습만이 아니다.
생각도, 감정도, 그리고 일상의 무게도 그 순간만큼은 조금 가벼워진다.
산은 항상 말이 없지만,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디지털 나그네의 감성 한 줄
한계를 넘는다는 건
그 너머의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그 사이를 걷는 ‘나’를 마주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한계령은 그 길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