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계율을 깨다》

제18장: 선택의 문

digital-nagane 2025. 3. 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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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선택의 문

 

방 중앙에서 나타난 형상은 눈부시게 빛나는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그 존재감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압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수천 년을 살아온 존재처럼, 그 형체는 공기 중에 압력을 만들며 입을 열었다.

 

“너희는 신의 계율을 깨뜨릴 자인가.”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 아렌과 레나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칼릭은 손을 무의식적으로 검 쪽으로 가져갔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 아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들의 법이 절대적인 것이라면, 왜 인간은 그 법 아래에서 고통받는가?”

 

형체는 잠시 침묵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곧 의지다. 너희의 의지는 충분히 자격을 증명했다.”

 

그 순간, 방 안의 빛이 진동하듯 흔들리며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 벽의 일부가 사라지며, 빛으로 가득 찬 복도가 드러났다. 그 끝에는 세 개의 문이 서 있었다. 각각은 다른 색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붉은 문, 푸른 문, 황금의 문.

 

“세 갈래의 길이다.” 레나가 숨을 죽이며 말했다.

 

“이제 선택하라. 세 문 중 하나는 신들의 심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하나는 너희를 되돌릴 것이며, 하나는 너희를 소멸시킬 것이다.”

 

아렌은 벨루미아를 바라보았다. 꽃은 미세하게 떨리며 세 문을 향해 고른 리듬으로 빛을 깜박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문이 진실의 문인지 분명히 가리키지는 않았다.

 

“이건 시험이야.” 칼릭이 낮게 말했다. “이전의 시험들과는 달라. 이건 선택 그 자체를 묻고 있어.”

 

레나가 아렌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제까지 너를 따라왔어. 네가 결정해.”

 

아렌은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지나온 여정이 스쳐갔다. 벨루미아와 함께한 시간, 신전에서의 시험, 수호자와의 싸움, 그리고 신들의 메시지.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벨루미아는 그 순간, 황금의 문 앞에서 빛을 멈추었다. 아주 미세했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저 문이야.”

 

아렌이 손을 뻗자, 황금의 문이 스스로 열리며 내부를 드러냈다. 그 안에는 끝없이 펼쳐진 별빛의 공간이 있었다. 무중력처럼 공기가 가볍게 떠 있었고, 별의 형상이 그들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거지?” 레나가 숨을 삼켰다.

 

그때, 신들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너희는 이제 신들의 심장에 들어선다. 진실과 파멸은 하나의 얼굴을 지닌다.”

 

아렌은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제 그들은 선택을 마쳤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는 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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