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바위산의 포효
거친 바람이 바위산을 휘감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해가 점점 떠오르고 있었지만, 산속의 안개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아렌과 그의 동료들은 조심스럽게 거친 돌길을 따라 걸었다.
“이곳이 왜 위험한지 곧 알게 될 거야.” 칼릭이 낮게 말했다.
레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형을 살폈다. “기묘한 분위기야. 아무도 없는데도 무언가 우리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렌은 벨루미아를 손에 꼭 쥐었다. 꽃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빛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무슨 뜻이지?” 아렌이 물었다.
칼릭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산에는… 오래전부터 존재하는 존재가 있어. 어떤 이들은 그것을 신의 저주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사냥꾼이라 부르지.”
그 순간, 저 멀리서 거대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마치 산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압도적인 소리였다. 동료들 중 몇몇은 움찔하며 무기를 움켜쥐었다.
“저게 바로 우리가 피해야 하는 놈이야.” 칼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렌은 깊은 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섰다.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레나가 재빠르게 말했다.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오래 머물면 틀림없이 들킬 거야. 서둘러야 해.”
그들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바위산은 그들에게 순탄한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갑자기 땅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하더니, 뒤쪽에서 돌이 굴러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아니면 무언가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칼릭이 이를 악물었다.
레나는 몸을 돌려 뒤를 살폈다. “보이지는 않아. 하지만…”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갑자기 짙은 안개 속에서 붉은 눈이 반짝였다.
“도망쳐!” 칼릭이 소리쳤다.
아렌과 레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앞으로 뛰었다. 발밑의 자갈이 굴러가며 중심을 잡기 어려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뒤쪽에서 짐승의 숨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안개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거대한 늑대와도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보통의 늑대보다 훨씬 크고, 온몸이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무엇보다, 그 붉은 눈은 이성을 가진 존재처럼 보였다.
칼릭이 칼을 뽑으며 외쳤다. “놈이 온다! 싸울 준비를 해!”
그러나 레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싸울 때가 아니야! 우리는 도망쳐야 해.”
아렌은 고민할 틈도 없이 벨루미아를 꽉 쥐었다. 그러자 꽃이 더욱 밝은 빛을 내뿜었다. 마치 길을 안내하듯, 산 아래쪽으로 희미한 빛의 길이 보였다.
“저쪽이야!” 아렌이 외쳤다.
그들은 전속력으로 빛을 따라 달렸다. 뒤에서는 짐승의 포효와 함께 거대한 발걸음이 쿵쿵 울려 퍼졌다. 돌들이 부서지고, 나무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들은 어느새 짐승의 영역을 벗어난 듯했다.
숨을 헐떡이며 아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벨루미아는 여전히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거대한 석문이 보였다. 문에는 오래된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신의 상징으로 보이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칼릭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여기가… 황금 신전의 입구인가?”
레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살폈다.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단순히 밀고 들어갈 수는 없을 거야.”
아렌은 천천히 벨루미아를 석문 가까이에 가져갔다. 그러자 꽃에서 퍼지는 빛이 문을 감싸며 문양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석문이 천천히 흔들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아렌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들은 이제, 황금 신전의 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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