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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티우스4

제43장. 연맹을 향한 길 진실의 파동이 세계를 흔든 지 사흘째 되던 아침, 린벨 성은 서서히 다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마법의 진동은 잦아들었고, 고요한 성벽 위에는 이제 경계 대신 긴 결심이 흐르고 있었다.아렌은 창가에서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세 송이로 핀 벨루미아는 아직 그의 곁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마치 세 왕국에 전한 메시지를 되새기듯, 매 순간마다 잔잔한 파동을 품어냈다. “떠날 준비는 됐나요?”레나가 뒤에서 물었다.“응.”아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는 기다릴 수 없어. 우리가 진실을 전하러 나아가야 해. 그걸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세상은 스스로 판단하게 될 거야.”린벨 백작은 그날 아침, 작지만 정식 의식을 준비했다.성의 작은 예배당에서 아렌에게 ‘기억의 중재자’로서의 표식을 수여한 것이다.칼릭.. 2025. 4. 17.
제42장. 왕국을 흔드는 진실 신의 서고가 잠잠해진 뒤, 린벨 성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았다.벨루미아에서 퍼져나간 빛은 단순한 마법적 반응이 아니었다.그것은 전 세계의 마력 흐름에 영향을 주었고, 멀리 떨어진 왕국들의 하늘까지도 흔들리게 만들었다. 빛은 먼저 지혜의 왕국 에테리안에 닿았다.이곳은 아렌이 태어난 고향이자, 진실의 서약이 가장 깊숙이 왜곡되어 전해진 곳이었다.수많은 마법사들이 혼란에 빠졌고, 수도 에르노아의 중심 마력탑에서는 이례적인 붕괴 진동이 일어났다.에테리안 마법 의회는 긴급 소집되었다. “이 파장은… 고대 신계와 연결된 마력이야.”최고 원로 마법사 마델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통제가 불가능한 힘이다. 누군가, 신의 기억을 흔들고 있어.” 그들은 이름을 모른 채, 빛의 근원을 추적하기 시작했다.두 번.. 2025. 4. 17.
제41장. 이름의 각성 아렌은 한동안 말을 잃은 채 서 있었다. ‘아란티우스’—이름 하나가 과거의 어둠을 뚫고 지금 이 순간, 벨루미아의 빛 속에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그의 눈앞엔 여전히 신의 서고가 천천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부유하는 기억들은 마치 아렌에게 말을 거는 듯, 천천히 그 주위를 돌고 있었다. “아렌.”레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괜찮아?”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은 전혀 평온하지 않았다.어릴 적 우연히 봤던 무덤 뒷면의 글자—그저 오래된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던 단어가 지금은 하나의 운명처럼 가슴 깊이 내려앉았다. 그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이름, 아란티우스는… 단순한 혈통이 아니라, 서약의 상속이야. 신과 인간이 함께 맺은 마지막 계약, 그 수호자의 이름.”라움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그렇.. 2025. 4. 16.
제40장. 진실의 메아리 지아드가 무릎 꿇은 제단 위, 빛은 서서히 가라앉아갔다.벨루미아의 꽃잎은 이제 잔잔한 파동만을 남긴 채 아렌의 손 안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고요함 속에서 모든 이들이 침묵했다.단 한 사람, 지아드마저도 말이 없었다.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자신이 마주한 진실의 조각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몸을 떨고 있었다.린벨 백작이 제단으로 다가섰다.그의 발소리는 무겁고, 말 한 마디 없이 제단 앞에서 멈춰섰다. 백작은 지아드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권력을 좇은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왜곡할 도구로 만들려 했소. 그 욕망이 결국 당신을 무너뜨린 거요.” 지아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눈동자에는 혼란이 가득했고, 마치 자신의 삶 전체가 뒤집힌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소. .. 2025.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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