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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계율을 깨다》

제42장. 왕국을 흔드는 진실

by digital-nagane 2025. 4. 17.

 

신의 서고가 잠잠해진 뒤, 린벨 성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았다.

벨루미아에서 퍼져나간 빛은 단순한 마법적 반응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 세계의 마력 흐름에 영향을 주었고, 멀리 떨어진 왕국들의 하늘까지도 흔들리게 만들었다.

 

빛은 먼저 지혜의 왕국 에테리안에 닿았다.

이곳은 아렌이 태어난 고향이자, 진실의 서약이 가장 깊숙이 왜곡되어 전해진 곳이었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혼란에 빠졌고, 수도 에르노아의 중심 마력탑에서는 이례적인 붕괴 진동이 일어났다.

에테리안 마법 의회는 긴급 소집되었다.

 

“이 파장은… 고대 신계와 연결된 마력이야.”

최고 원로 마법사 마델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통제가 불가능한 힘이다. 누군가, 신의 기억을 흔들고 있어.”

 

그들은 이름을 모른 채, 빛의 근원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반응한 곳은 전쟁의 왕국 드라켄발이었다.

무력을 숭상하고, 예언보다는 검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나라.

그러나 그들조차 하늘에 떠오른 보랏빛 신호탄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전쟁보다 강한 건 무엇인가?”

전군 총사령관 겸 왕의 막내 아들, ‘칼란’은 창끝을 하늘로 겨누며 말했다.

“진실이다. 진실은 모든 전쟁의 원인이고, 모든 검의 방향을 바꾸는 법이지.”

드라켄발은 정찰대를 린벨 성 방향으로 파견했다.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신의 숲이라 불리는 제3의 왕국, 실비안. 폐쇄적이고 자연과 동화된 이들은 모든 것을 감각으로 느끼며 살았다.

이곳의 신관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분이 깨어나셨다…”

고대 나무 아래에서 의식을 치르던 대신관 ‘엘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기억한 자가, 다시 서약을 울리고 있다.”

 

세 왕국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날만큼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벨루미아의 빛은 단순한 신호가 아닌, 운명의 선언이었다.

한편 린벨 성에서는 다시금 회의가 소집되었다.

아렌은 서고에서 돌아온 후 처음으로 모두 앞에 섰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전령이 아닌, 기억의 중재자 ‘아란티우스’로 불리고 있었다.

 

“세상은 이제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진실은 퍼졌고, 이제는 우리가 그것을 이끌어야 할 시간입니다.”

레나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 진실을 반기진 않을 거야. 그동안 진실을 억눌러 쌓아온 자들, 그 질서에 기생한 이들은 곧 반격해올 거야.”

“그래서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이안 경이 말했다. “진실의 연맹을 구성해야 해요. 단순한 이상이나 비밀이 아니라, 진실을 수용할 준비가 된 자들로 연합을 만드는 겁니다.”

아렌은 천천히 벨루미아를 들었다.

꽃잎은 이제 한 송이에서 세 송이로 피어 있었다.

그건 신, 인간, 중재자의 이름이 살아났다는 상징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숨지 않습니다.”

아렌이 말했다.

“우리는 진실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것이 설령, 모든 왕국을 뒤흔드는 일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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