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회랑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그러나 그 고요는 더 이상 평온하지 않았다.마치 숨죽인 분노가, 또는 오래된 기억이 깨어날 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공기는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아렌은 느꼈다.자신이 들고 있는 이 작은 벨루미아의 꽃이,이 공간의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그의 손바닥 위에서 보랏빛 꽃잎이 서서히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처음엔 희미했지만, 이내 꽃 중심에서 은은한 파동이 퍼지더니 회랑 전체를 감쌌다.빛의 존재가 반응했다.아렌이 들어온 순간부터 오직 관조자였던 그 존재가 처음으로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회랑 중심에서 움직였다.그 실루엣은 이전보다 더 또렷해졌고, 빛은 점점 격렬해졌다.“그것은…”존재가 말했다.“신이 남긴 마지막 생명.벨루미아의 각성은 곧… 계약의 균열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