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먼 기억의 바람 새벽의 햇살이 들판을 따스하게 감쌌다.이슬이 맺힌 풀잎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천천히 깨어나는 세상을 알리고 있었다.아렌은 언덕 아래로 내려와, 레나와 칼릭 곁에 섰다.모닥불은 이미 꺼졌고, 그 위엔 따끈한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레나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우리가 가는 곳이 곧 길이 되겠지.” 아렌이 대답했다.그들은 짐을 정리하고, 새로 돋아난 작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길은 숲과 개울을 지나, 오래된 돌다리로 이어졌다.다리 너머에는 오래전 버려진 듯한 폐허가 있었는데, 돌담엔 여전히 희미한 문양이 남아 있었다. “여긴…” 칼릭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중얼거렸다.“예전엔 사제들이 머물던 곳 같군.”그들은 폐허 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