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책으로 걷는 시간

《이방인》 – 부조리한 세계 속, 차가운 진실을 말하는 사람

digital-nagane 2025. 5. 1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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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걷는 시간 ⑳

 


1. 걷기 전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이 유명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이 책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과 세계 사이의 거리, 그 거리를 마주하는 어떤 태도에 대한 고백이다.

《이방인》 속 주인공 뫼르소는 울지 않는다.
슬퍼하지 않는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뒤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의 규범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이방인”이라 부른다.


2. 마음에 남은 문장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유죄가 된 것이다.”

 

뫼르소는 꾸미지 않는다.
슬픈 척도, 후회하는 척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지극히 정직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사회는 그 정직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사형 선고로 응답한다.

 

📌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세상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승인된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책과 나의 대화

🌊 뫼르소 – 무심한 듯 가장 정직한 사람

뫼르소는 엄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다음 날, 그는 여자친구와 해수욕을 하고, 영화를 본다.
그러나 그는 위선적이지 않다.
그는 슬프지 않았기 때문에 슬픈 척 하지 않았을 뿐이다.

뫼르소는 사회가 기대하는 감정 표현을 거부한다.
그는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는 “인간성 없음”이라는 낙인을 받고 사회로부터 제거된다.

 

📌 나는 이 대목에서  진짜 감정과 사회적 연극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니까’ 웃고, 울고, 슬퍼하는가?


🔫 부조리한 살인 – 원인 없는 사건

소설의 전환점은 뫼르소가 알제리 해변에서 아무런 명확한 이유 없이 아랍인을 쏘아 죽이는 장면이다.
그는 “태양이 눈부셔서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한다.

 동기 없는 살인은 카뮈가 말한 ‘부조리’의 정점이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로 설명되기를 원하지만, 삶은 때때로 설명되지 않는다.

 

📌 나는 그 장면에서 우리의 일상도 종종 논리 없이, 예고 없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4. 부조리란 무엇인가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과 함께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통해 부조리 철학을 완성한다.

부조리(Absurd)란 “이해하고 싶어 하는 인간”과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는 세계”가 충돌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뫼르소는 바로 그 부조리한 세계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그는 신에게도, 회개에도 기대지 않는다.
그는 끝까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 그래서 나는 뫼르소가 차갑지만, 오히려 가장 뜨겁게 ‘살아 있었다’고 느꼈다.


5. 죽음을 맞는 방식

소설의 마지막에서 뫼르소는 사형을 앞두고 처음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나는 세상이 나처럼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세상과 형제가 되었다.”

 

죽음 앞에서 그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햇살과 바람, 생의 리듬을 느낀다.
그는 결국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다.

 

📌 나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 삶의 의미는 설명이나 해석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임을 알게 되었다.


6. 오늘의 우리에게

우리는 때때로 “왜 살아야 하지?”
“무슨 의미가 있지?” 하고 묻는다.
그러나 카뮈는 말한다.
의미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일이라고.

《이방인》은 그런 의미에서 삶의 설명을 거부하고, 삶의 감각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책이다.

나는 더 이상 모든 것에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유 없이 기쁘고, 이유 없이 슬픈 삶을 그저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 싶다.


7. 다음 걸음을 준비하며

《이방인》을 덮은 뒤, 나는 더 이상 뫼르소를 무정한 사람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그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 했던 사람’이었다.
세상은 그를 이방인이라 부르지만, 그는 누구보다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의미를 묻기보다는 삶의 감각을 존중하며.
해석보다 존재, 설명보다 경험.
그 부조리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나의 진실을 조금씩 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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