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안의 숲에서 새로운 벨루미아의 씨앗이 맺히던 날, 세 왕국에 동시에 은빛 파장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언어가 아닌 기억의 진동이었고,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진실의 울림이었다.
아렌은 린벨로 돌아왔다. 연맹 창립을 위한 대회의가 열리는 날, 린벨 성에는 에테리안의 마법 원로 마델, 드라켄발의 장군 칼란, 실비안의 대신관 엘리아가 각각의 대표로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온 수백 명의 대표단과 조율자들.
벨루미아는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완전히 피어난 일곱 송이의 꽃은 그 자체로 기억과 진실, 생명의 순환을 의미했고, 씨앗으로 전이될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다.
연회장이 아닌, 린벨 성 외곽에 세워진 고대 원형극장에서 서약은 진행되었다. 그곳은 신과 인간이 처음 맹세를 나눴다고 전해지는 ‘계율의 터’였다. 천장은 없었고, 하늘은 열린 책처럼 펼쳐져 있었다.
회의는 의표적으로 간결했다. 세 왕국은 **“기억을 왜곡하지 않고, 진실을 후손에게 전한다”**는 단일 조항으로 된 새로운 연맹 서약서에 서명했다. 문장은 짧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깊고도 무거웠다.
아렌은 벨루미아의 꽃에서 떨어진 첫 번째 씨앗을 양손에 올리고, 그 씨앗을 성극장 중심의 고대 석제 함에 담았다.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내렸다.
“이제 진실은 누구의 것이 아닙니다.” 아렌이 말했다. “이제 진실은 세계의 것입니다.”
대지의 진동이 일었고, 멀리 떨어진 마법탑과 제단들, 숲의 고목, 사막의 유적까지 진실의 파동을 감지하며 반응했다. 마치 세계가 스스로 기억을 되찾기 시작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엘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잊지 않는 것뿐입니다.”
그날 밤, 아렌은 린벨 성의 옥상에서 별을 바라보았다. 레나와 칼릭, 이안 경이 곁에 있었다.
“여기서 끝일까?” 레나가 물었다.
아렌은 벨루미아의 씨앗을 조용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니. 이제 시작이야. 진실은 이제 처음으로 ‘공유된 것’이 됐어. 다음 세대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진짜 중요한 문제지.”
그 말과 함께, 씨앗은 은은한 빛을 내며 아렌의 손안에서 미세한 진동을 보냈다.
기억은 이제 씨앗이 되었고, 그 씨앗은 누군가의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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