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 일행이 신전을 빠져나왔을 때,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해가 지고 있었지만, 그 붉은 기운은 단순한 석양이 아니었다.바람은 무겁게 가라앉았고, 공기 중에는 알 수 없는 불길한 진동이 감돌았다.마치 세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해…”레나가 주위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들어갔을 땐 낮이었는데… 며칠은 지난 것 같아.”“기억의 문은 시간조차도 흐름을 다르게 만들지.”칼릭이 낮게 대답했다. “우리가 현실을 떠나 있는 동안, 세상에도 변화가 있었을 거야.”아렌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여전히 손안에 쥔 벨루미아를 바라보았다.꽃은 빛을 잃었지만 시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선명한 보랏빛을 품고 있었다.그것은 아렌이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