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수도원에서의 밤은 조용했다.벨루미아의 빛도 이젠 아렌의 손안에서 작고 잔잔하게 고동칠 뿐이었다.그러나 그 미약한 떨림은 마치 심장의 맥박처럼 꾸준했고, 그것이 아렌에게 지금 해야 할 일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었다.그들은 새벽녘에 다시 길을 나섰다.목적지는 근처의 작은 도시, 엘드란.한때 아렌이 곡물을 팔러 다녔던 장터가 있는 곳이었고, 지금은 지방 귀족 가문 중 하나의 본거지로 변해 있었다.그곳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이안 경’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있었고, 아렌은 그가 진실의 첫 번째 전달자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가 가진 정보로 귀족을 설득할 수 있을까?”레나가 말했다.“이안 경이 예전엔 합리적이라 들었지만, 지금도 그럴지는…” “우리는 진실을 보여줄 수 있어.”아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