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전하다 2

제30장. 진실을 전하는 자

폐허가 된 수도원에서의 밤은 조용했다.벨루미아의 빛도 이젠 아렌의 손안에서 작고 잔잔하게 고동칠 뿐이었다.그러나 그 미약한 떨림은 마치 심장의 맥박처럼 꾸준했고, 그것이 아렌에게 지금 해야 할 일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었다.그들은 새벽녘에 다시 길을 나섰다.목적지는 근처의 작은 도시, 엘드란.한때 아렌이 곡물을 팔러 다녔던 장터가 있는 곳이었고, 지금은 지방 귀족 가문 중 하나의 본거지로 변해 있었다.그곳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이안 경’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있었고, 아렌은 그가 진실의 첫 번째 전달자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가 가진 정보로 귀족을 설득할 수 있을까?”레나가 말했다.“이안 경이 예전엔 합리적이라 들었지만, 지금도 그럴지는…” “우리는 진실을 보여줄 수 있어.”아렌이..

제29장. 진실의 목소리

아렌 일행이 신전을 빠져나왔을 때,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해가 지고 있었지만, 그 붉은 기운은 단순한 석양이 아니었다.바람은 무겁게 가라앉았고, 공기 중에는 알 수 없는 불길한 진동이 감돌았다.마치 세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해…”레나가 주위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들어갔을 땐 낮이었는데… 며칠은 지난 것 같아.”“기억의 문은 시간조차도 흐름을 다르게 만들지.”칼릭이 낮게 대답했다. “우리가 현실을 떠나 있는 동안, 세상에도 변화가 있었을 거야.”아렌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여전히 손안에 쥔 벨루미아를 바라보았다.꽃은 빛을 잃었지만 시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선명한 보랏빛을 품고 있었다.그것은 아렌이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