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여정이 두 달을 넘겼을 즈음, 아렌은 한 외진 산속 폐사지에서 낯선 예언자를 만났다.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짚으로 만든 가면을 쓴 채 앉아 있었다.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아렌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당신도 진실을 찾으러 온 사람인가요?” 아렌이 물었다.가면 너머로 쉰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진실을 본 자가 아니라, 진실 이후의 세계를 본 자다.”아렌은 잠시 말이 없었다.바람이 불고, 벨루미아 씨앗 하나가 그의 손안에서 작게 흔들렸다.예언자는 손을 뻗어 그 씨앗을 어루만졌다. “이건 시작이자 끝이야. 너는 진실을 뿌렸지만, 이제 그 진실이 스스로 자라기 시작할 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진실의 다음엔 ‘그림자’가 드리워지지.”“무슨 뜻이죠?”예언자는 손끝으로 땅을 그었다.흙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