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왕국이 서약을 맺은 지 일주일 뒤, 린벨 성의 북문을 통해 조용히 한 인물이 출발했다. 그는 왕도에서의 명예도, 연맹의 권한도 내려놓은 채, 단 하나의 물건—벨루미아의 씨앗—을 품고 길을 나섰다.아렌은 이제 ‘중재자’가 아닌, 순례자로 불리고 있었다.“이제부터는 제도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여정이야.” 아렌은 출발 전, 레나에게 말했다. “진실이 제도 속에 머무르면 곧 잊히게 될 테니까.”그가 걷는 길은 정해진 루트가 아니었다. 연맹의 행정 구역도, 왕국의 도로도 아닌, 오래전 지도에서 사라진 고대의 마을과 신전, 폐허와 숲의 길이었다. 씨앗은 스스로 방향을 가리켰고, 아렌은 그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루에나’. 신과 인간의 전쟁 이후 버려진 고대의 성소였다. 황폐한 제단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