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특히나 마음이 복잡하거나 머릿속이 뒤엉켜 있을 땐 바다가 간절하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비 소식이 들리던 토요일 아침. 망설임 끝에 짐을 챙겨 속초로 향했다. “비 오는 바다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시작된 속초 해변의 우중 나들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특별한 하루로 기억되었다. 바다 앞, 비를 맞으며 걷는다는 것 속초 해변은 언제나 넉넉하게 나를 받아준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속초의 바다도 좋지만, 이날은 그보다 더 고요하고 차분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잔잔한 파도 소리 위로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그 리듬이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드문 이른 오전, 나는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우산을 쓰지 않고 일부러 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