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이 벽에 사라지고 난 후에도, 방 안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이안 경은 무겁게 숨을 내쉬며 벽에 손을 얹었다.고대의 돌에 새겨진 문양이 그의 손끝에서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그는 이제 진실을 보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 진실이… 오래전부터 묻혀 있었던 것이 맞다면,”이안 경이 말했다. “우리 가문 역시, 이 거짓의 사슬 위에 서 있었던 셈이지.” 아렌은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중요한 건 과거의 죄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이안 경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오른손을 내밀었다. “좋소. 이 진실을 세상에 전하는 길, 내가 함께하겠소.” 두 사람의 손이 맞닿는 순간, 회랑 안의 공기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