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중재자 2

제44장. 운명과 불꽃

벨루미아의 네 번째 꽃잎이 피어난 순간, 에테리안의 의회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정적에 휩싸였다.마법석으로 둘러싸인 홀 안에 순백의 빛이 잔잔히 퍼졌고, 기억의 파편들은 여전히 공중에서 부유하고 있었다.그러나 그 평온한 빛은 곧 갈등의 불꽃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젊은 원로 중 하나인 바르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진실은 혼란을 부르고, 혼란은 질서를 파괴한다! 우리는 이 세상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왔다. 이건 반역이다!”“반역이 아니라 회복입니다.”마델이 조용히 말했다.“우리가 외면했던 것을, 지금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다시 세상에 전하고 있어요.”그러나 갈등은 순식간에 양분되었다.원로 12명 중 7명은 아렌의 진실을 지지했지만, 나머지 5명은 강하게 반대했다..

제43장. 연맹을 향한 길

진실의 파동이 세계를 흔든 지 사흘째 되던 아침, 린벨 성은 서서히 다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마법의 진동은 잦아들었고, 고요한 성벽 위에는 이제 경계 대신 긴 결심이 흐르고 있었다.아렌은 창가에서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세 송이로 핀 벨루미아는 아직 그의 곁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마치 세 왕국에 전한 메시지를 되새기듯, 매 순간마다 잔잔한 파동을 품어냈다. “떠날 준비는 됐나요?”레나가 뒤에서 물었다.“응.”아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는 기다릴 수 없어. 우리가 진실을 전하러 나아가야 해. 그걸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세상은 스스로 판단하게 될 거야.”린벨 백작은 그날 아침, 작지만 정식 의식을 준비했다.성의 작은 예배당에서 아렌에게 ‘기억의 중재자’로서의 표식을 수여한 것이다.칼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