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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씨앗2

제51장. 질문의 정원 아렌은 어느 날, 한 외딴 계곡에 도착했다.숲도 아니고 평야도 아닌, 바위와 잿빛 땅이 얽혀 있는 침묵의 땅.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이곳이, 오히려 그에게는 질문을 뿌리기에 가장 알맞은 곳처럼 느껴졌다. “이곳엔 진실이 없다. 그 말은, 아직 진실을 왜곡한 자도 없다는 뜻이겠지.”그는 조용히 땅을 고르고, 벨루미아의 마지막 씨앗 중 하나를 꺼냈다.씨앗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그러나 그 표면에는 이제 분명히 여덟 개의 희미한 잎맥이 새겨져 있었다.아직 피지 않았지만, 이미 존재하는 물음표처럼. “여기선 누군가가 답을 들을 것이 아니라, 묻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그는 그 자리에서 ‘기억의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씨앗을 심고, 이름 없는 표지석을 세우고, 그 옆에 앉을 작은 벤치를 하나 깎아 두었다... 2025. 4. 21.
제49장. 씨앗의 길 세 왕국이 서약을 맺은 지 일주일 뒤, 린벨 성의 북문을 통해 조용히 한 인물이 출발했다. 그는 왕도에서의 명예도, 연맹의 권한도 내려놓은 채, 단 하나의 물건—벨루미아의 씨앗—을 품고 길을 나섰다.아렌은 이제 ‘중재자’가 아닌, 순례자로 불리고 있었다.“이제부터는 제도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여정이야.” 아렌은 출발 전, 레나에게 말했다. “진실이 제도 속에 머무르면 곧 잊히게 될 테니까.”그가 걷는 길은 정해진 루트가 아니었다. 연맹의 행정 구역도, 왕국의 도로도 아닌, 오래전 지도에서 사라진 고대의 마을과 신전, 폐허와 숲의 길이었다. 씨앗은 스스로 방향을 가리켰고, 아렌은 그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루에나’. 신과 인간의 전쟁 이후 버려진 고대의 성소였다. 황폐한 제단 앞에서..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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