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계율을 깨다》

제9장: 불신과 시험

digital-nagane 2025. 3. 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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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불신과 시험

 

협곡의 깊은 곳에서, 아렌과 레나는 새롭게 만난 이들과 마주 앉아 있었다. 저녁이 다가오며 붉은 노을이 바위 틈을 비추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작은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싸우라.”

그것이 이들이 내건 조건이었다.

아렌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짧은 검은 머리와 강한 눈빛을 가진 이 남자는 이 무리의 지도자인 듯했다. 이름은 칼릭. 그는 자신들을 ‘버려진 자들’이라 불렀다. 귀족들의 지배를 거부하고 국경 너머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우리를 시험하겠다는 거군.” 레나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칼릭은 가볍게 웃었다. “우린 귀족들의 개가 아니야. 하지만 그만큼 외부인을 쉽게 믿지도 않지.”

아렌은 잠시 고민했다. 이들과 함께한다면, 황금 신전에 대한 단서를 얻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충성심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어떤 시험이지?” 아렌이 물었다.

칼릭은 손짓을 해 한 남자를 불렀다. 그는 키가 크고 근육질의 몸을 가진 전사였고, 날카로운 창을 들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브론.

“우리와 함께하려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해.” 칼릭이 말했다. “브론과 겨뤄라.”

아렌은 브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경멸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

“만약 내가 이기면?”

칼릭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우리가 너희를 동료로 받아들이지.”

아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벨루미아는 조용히 그의 손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좋아.”


싸움은 원형으로 둘러싼 무리 속에서 시작되었다. 아렌과 브론은 서로를 바라보며,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했다.

브론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창이 번개처럼 날아들었고, 아렌은 몸을 틀어 간신히 피했다. 바람을 가르는 창끝이 아렌의 볼을 스치며 가벼운 상처를 남겼다.

‘빠르다.’

하지만 그는 주춤하지 않았다. 상대의 리듬을 읽으며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

브론이 다시 공격해왔다. 이번에는 강한 수직 베기였다. 아렌은 몸을 낮춰 회피한 후, 상대의 허점을 노려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브론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제법이군.” 브론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더욱 거칠게 공격했다. 하지만 아렌은 이미 그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

브론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아렌은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그의 손목을 잡았다. 이어서 그의 발목을 걸어 균형을 무너뜨렸고, 거대한 체구의 브론이 땅에 쓰러졌다.

숨을 고르며 아렌은 브론 위에 올라타 단검을 목에 가져다 댔다.

“끝이야.”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브론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젠장. 져버렸군.”

아렌은 천천히 단검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론도 몸을 일으켜 손을 털어내더니, 아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겼으니 널 인정해 주마.”

아렌은 그의 손을 잡았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칼릭이 앞으로 나섰다. “좋아. 넌 우리의 방식으로 싸울 줄 아는군.”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금 신전으로 가려면, 우리도 필요한 게 있다. 서로 도움이 되겠지.”

아렌과 레나는 이제 새로운 동맹과 함께 황금 신전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단순한 진실이 아닐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