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계율을 깨다》

제6장: 낯선 그림자

digital-nagane 2025. 3. 20. 04:04

제6장: 낯선 그림자


서쪽으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아렌은 신전에서 얻은 지도를 품에 넣고 해가 떠오르기 전에 마을을 빠져나왔다. 국경을 넘어 황금 신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깊은 협곡과 험난한 산맥을 지나야 했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길 위에서 마주칠 자들이었다.

귀족들이 그를 추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국경을 넘어야 했다.

그렇게 숲길을 따라 걷던 중, 아렌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고 주변을 살폈다. 바람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발걸음 소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아렌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걸었다. 만약 뒤를 돌아보면 상대가 먼저 공격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숲이 끝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차가운 목소리가 숲의 정적을 깨뜨렸다. 아렌은 눈을 가늘게 뜨며 멈춰 섰다. 앞에는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손에는 단검이 번쩍였다.

“길을 잃었나 보군.”

한 사람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걸음걸이는 여유로웠지만, 그 속에 감춰진 위협이 느껴졌다. 아렌은 손을 주먹 쥐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난 그저 길을 가는 나그네일 뿐이오.” 아렌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피식 웃으며 서로를 쳐다봤다.

“길을 가는 나그네가, 이 숲을 지나 국경으로 향한다고?”

“우연이라기엔 재미있는 일이지.”

아렌은 감시받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들은 단순한 도적이 아니었다. 귀족들의 하수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우린 단순한 나그네를 가로막는 자들이 아니다.” 검은 후드 속에서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하지만 너는,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로군.”

아렌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에 힘을 주었지만, 무력으로 이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때 그의 품속에서 희미한 빛이 번쩍였다. 벨루미아가 미세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뒤쪽 숲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빠르고 거친 움직임이었다.

“잠깐, 우리가 찾던 게 이 녀석이 맞아?”

새로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셋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점점 더 많은 그림자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렌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지금, 올가미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숲속에서, 아렌은 빠르게 상황을 분석했다. 후드를 쓴 자들은 분명 귀족들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규칙성이 없었다. 마치 그들조차 무엇인가를 찾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천천히 단검을 돌리며 말했다.

“네가 황금 신전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 우리도 그 신전을 찾고 있었지.”

아렌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자신을 잡으러 온 게 아니라, 황금 신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니.

“넌 우리를 도울 수도 있고, 방해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결정은 네가 하는 게 아니야.”

아렌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도망칠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숲은 이미 그들을 위해 준비된 함정이었다. 무리 중 한 명이 뒤쪽으로 이동하며 퇴로를 차단했다.

“너를 죽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넘겨라.”

아렌은 이를 악물었다. 벨루미아가 그의 손안에서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 꽃이 반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너희도 황금 신전을 찾고 있다면, 협력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너희를 믿을 수 없어.”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가 이미 널 손안에 넣었다는 거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무리의 한 사람이 아렌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그 순간, 벨루미아가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폭발적인 파동을 일으켰다.

주변의 나뭇잎이 흔들리고, 숲속이 빛으로 가득 찼다.

아렌은 그 틈을 타 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가 움직이는 순간, 누군가가 외쳤다.

“잡아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렌은 숲속으로 몸을 던지며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등 뒤에서 거친 발소리가 쫓아왔다. 이 싸움은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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