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보러 갔는데, 비가 내렸다

🚗 여행

digital-nagane 2025. 4. 12. 17:10

벚꽃이 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인천대공원으로 향했다. 축제 기간답게 사람도 많고, 공원 입구부터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러운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보에 없던 비였지만, 우산을 펼치는 손끝엔 묘한 설렘이 맺혔다.

“예상 못 한 봄비는 오히려 이 날을 더 깊고 조용하게 만들어 주었다.”

만개한 벚꽃 아래 우산이 꽃처럼 피어 있었다. 사람들은 빗속을 천천히 걸었다. 분홍빛과 파란색, 검정 우산들이 벚꽃길 위에서 하나의 행렬을 만들었다.

비에 젖은 꽃잎들이 바닥에 소복이 쌓이고 물방울에 빛나는 풍경은 마치 수채화 같았다.

“축제는 멈췄지만, 봄은 더 깊어졌다.”

조금 더 안쪽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 있는 곳에 닿는다. 흙길 옆 나무 아래, 보랏빛 꽃들이 비를 머금은 채 조용히 피어 있다.

바람도 없고, 소리도 적다. 그저 빗방울과 꽃잎, 그리고 걷는 나. 순간 순간이 마음에 젖어드는 풍경이었다.

“고요한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고요하다.”

“벚꽃을 담으려 했지만 오히려 빗방울이 더 오래 남았다.”
“계절은 늘 아름답지만, 예상치 못한 날에 더 진하게 다가온다.”

오늘 인천대공원은 기대한 풍경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 덕분에 나는 천천히 걸었고, 마음 깊이 봄을 담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