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나그네] 꽃 감성 시리즈 ⑤ – 장미는 왜 가시를 품었을까
어느 날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장미 한 송이를 바라보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 예쁜 꽃이, 가시를 품고 있을까.
장미는 사랑의 상징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랑은 왜 늘 두려움과 함께 오는 걸까.
그 꽃은 내가 직접 산 것도, 누군가에게 받은 것도 아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집어든 한 송이.
계산대 위에 올려놓을 땐 별 생각이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 꽃병에 꽂은 후부터 그 장미를 자꾸 바라보게 되었다.
붉은 꽃잎은 정교하고 매끄러웠다.
겹겹이 말린 곡선들이 부드럽게 겹쳐져, 한 송이 안에 우아함과 생명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줄기를 따라 손가락을 대자, 조심스레 숨어 있던 가시에 손끝이 찔렸다.
살짝 따끔했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깊어졌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장미도, 그 안에 방어 본능처럼 날카로운 것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사랑을 꿈꾸면서도, 늘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를 상처를 두려워한다.
마음을 주고, 기대고, 나누고 싶으면서도 상처받는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가끔은, 아예 마음을 닫기도 한다. 하지만 장미는 말한다.
“나는 가시가 있어도, 피어난다.”
사랑은 그렇다.
때로는 상처를 동반하지만, 그럼에도 피어나야 하는 감정이다.
두려움이 있어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자라나고야 만다.
장미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름다움은 결코 상처 없음에서 오는 게 아니라고.
오히려 아픔을 감싸 안은 채 피어난 것에서 오는 것이라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떠올리고, 때로는 그리워하고, 때로는 미워하는 그 모든 감정들.
그건 가시를 품은 꽃 같은 감정이다.
아프고, 흔들리고, 조심스럽지만, 결국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는 것.
장미는 그래서 ‘감정’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고, 피하지 못하고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
그리고, 마주한 후에는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
그날 이후, 장미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조금 달라졌다.
그저 사랑의 상징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품은 채 피어나는 용기의 상징으로 느껴졌다.
가시가 있어도 괜찮다.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고, 내 마음이 여전히 누군가를 향하고 있다는 징표이니까.
나그네의 시선
장미는 가시를 숨기지 않는다.
그저 품은 채로 피어난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상처받을까 두렵다고,
아예 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아픔과 함께 피어난 마음은,
오히려 더 진실하다.